혹시 우리 몸에 혈관이 없는 곳이 있다는 사실, 알고 계실까요?
오늘은 혈관이 없는 조직과 그 이유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기능과 구조가 놀라울 정도로 정교한 인체에서 “혈관이 없다”라는 건 단순한 우연이 아닙니다.
분명히 그만한 이유와 목적이 있겠지요.
그렇다면 어떤 부위가 혈관이 없으며, 왜 그렇게 설계되었는지 알아보겠습니다.
1. 각막(Cornea) – 맑은 창문을 지키기 위한 무혈관
눈동자를 감싸는 투명한 구조인 각막은 혈관이 전혀 없습니다.
만약 각막에 혈관이 있다면 빛이 산란되어 사물이 뿌옇게 보이겠죠.
그래서 각막은 투명성을 유지하기 위해 무혈관 구조를 선택했습니다.
대신, 산소와 영양은 눈물과 방수(안구 내 액체) 로부터 확산되어 공급받습니다.
즉, 혈관이 없는 덕분에 우리는 세상을 선명하게 바라볼 수 있는 것입니다.
2. 수정체(Lens) – 완벽한 렌즈 기능을 위해
카메라의 렌즈처럼 초점을 조절하는 수정체 역시 무혈관 조직입니다.
혈관이 있으면 빛의 투과가 방해되어 흐릿해질 수 있기 때문이죠.
따라서 수정체는 주변의 방수액으로부터 필요한 물질을 공급받으며, 투명성을 유지합니다.
백내장이 생기는 이유도 이 수정체가 탁해지는 현상 때문입니다.
3. 관절연골(Cartilage) – 충격 흡수를 위한 독특한 구조
무릎, 고관절 등 관절을 감싸는 연골 역시 혈관이 없습니다.
연골은 끊임없이 압박과 마찰을 받는데, 혈관이 있으면 쉽게 손상되거나 출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연골은 혈관 대신 관절액(활액, synovial fluid) 의 영양분을 흡수하며 살아갑니다.
관절을 꾸준히 움직여야 연골에 영양이 공급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4. 추간판(디스크, Intervertebral Disc) – 안정성을 선택한 구조
척추뼈 사이에 있는 추간판(디스크) 도 성인 이후에는 혈관이 거의 없습니다.
영양 공급은 종판(endplate)과 주변 조직으로부터 확산을 통해 이뤄집니다.
혈관이 없으니 회복력은 떨어지지만, 동시에 불필요한 통증 신경과 염증 반응을 최소화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디스크는 한 번 손상되면 회복이 느린 대신, 큰 통증을 예방하는 방향으로 진화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5. 치아 법랑질, 손발톱, 머리카락 – 이미 죽은 세포의 영역
- 치아 법랑질(Enamel) 은 우리 몸에서 가장 단단한 조직이지만 혈관이 없습니다. 영양은 치수(pulp)에서 공급받습니다.
- 손발톱과 머리카락의 각질 부분도 죽은 세포라 혈관이 없죠. 대신 뿌리 부위(손톱 바닥, 모근)에서 영양을 받아 자랍니다.
그렇다면, 만약 디스크에 혈관이 풍부하게 분포한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요?
상상을 통해 긍정적인 변화와 부정적인 결과를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1. 디스크에 혈관이 있으면 좋은 점
빠른 영양 공급
현재 디스크는 마치 스펀지가 물을 빨아들이듯, 압력 변화에 따라 서서히 영양분이 드나듭니다.
하지만 혈관이 직접 들어온다면 상황은 달라집니다.
→ 영양과 산소가 즉시 공급되고 노폐물이 빠르게 배출되니, 디스크 건강이 오래 유지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손상 회복 속도 증가
현실에서는 추간판 균열이나 손상이 생기면 자연 회복이 거의 되지 않습니다.
혈관이 있다면 상처 부위로 면역세포와 성장인자가 도달해 스스로 회복하는 능력이 커질 것입니다.
즉, 허리디스크 환자가 수술이나 시술 없이도 더 빨리 회복될 수 있겠죠.
퇴행성 질환 감소
나이가 들수록 디스크는 수분이 빠지고 납작해집니다.
혈관이 있다면 이러한 퇴행성 변화가 크게 늦춰질 것입니다.
결과적으로 척추관 협착증이나 허리디스크 발생률이 지금보다 훨씬 줄어들지도 모릅니다.
2. 디스크에 혈관이 있으면 생길 수 있는 문제점
통증의 민감도 증가
실제 연구에서도 퇴행성 디스크에서는 신생혈관과 신경이 섬유륜 속으로 자라 들어오는 현상이 확인됩니다.
이때 통증을 전달하는 신경이 같이 따라 들어오면, 작은 자극에도 극심한 통증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 즉, 혈관이 있는 디스크는 ‘더 잘 회복되지만 더 아플 수 있는 구조’가 될 수 있습니다.
출혈과 부종의 위험
혈관이 풍부하다면 디스크 손상 시 출혈이나 혈종(피가 고이는 현상) 이 생길 수 있습니다.
척추처럼 좁은 공간에서는 작은 출혈도 신경을 압박해 심한 증상을 만들 수 있죠.
염증 반응 심화
혈관이 들어오면 면역세포의 접근도 쉬워집니다.
처음에는 회복에 도움이 되지만, 과도한 염증 반응이 일어나면 오히려 디스크 조직이 빨리 망가질 수도 있습니다.
결국, 인체는 디스크를 무혈관 조직으로 만들어
“회복력은 떨어지지만, 불필요한 통증과 염증을 최소화” 하는 전략을 선택한 것으로 보입니다.
즉, 디스크는 다소 불리해 보이지만 장기적으로 안정성을 유지하기 위해 이런 구조를 택한 것이죠.
우리 몸에서 혈관이 없는 조직들은 처음 들으면 신기하게 느껴지지만, 사실은 모두 명확한 이유가 있습니다.
투명하게 빛을 전달해야 하거나, 끊임없는 압박 속에서도 버텨야 하기에 ‘무혈관’이라는 독특한 전략을 택한 것이죠.
인체는 언제나 최적의 균형 속에서 구조와 기능을 선택하고 있다는 점, 사람의 몸을 만지다 보면 그 완벽함에
놀라움을 느낄 때가 참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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